사람들은 자신에게 4개월의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요?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보거나 배우고 싶었던 외국어, 악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저 집에서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겁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기간에 4개월 간의 휴식기간을 얻은 저는 먼저 아르바이트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알바몬에 이력서도 올려보고 이곳저곳에 신청을 넣어보았는데 너무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만 노린 것인지 매번 낙방이었어요. "이러다간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알바 한 번 못해보겠다!" 싶어서 마음속에 존재하는 허들은 치워두고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집 근처에 쿠팡 서울1센터(흔히들 장지 쿠팡이라고 부르죠)가 있어서 그곳에 입고업무를 지원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웬만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어서 미리 어떤 업무들이 있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검색했지만 그래도 낯선 곳에 처음 간다는 생각에 긴장되긴 하더군요.
센터는 지하철 8호선(장지역)과 분당선(복정역)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장지동 지역에 걸쳐있어서 버스 노선도 많이 연결되어있어요. 도회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네 옆에 위치한 물류센터이기 때문에 예전에 길을 가다가 센터를 보았을 때는 되게 신기했었는데(그 때 당시는 물류센터면 지대가 저렴한 산 속에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침 바람을 맞으면서 물류센터 앞에 가니 사원 분께서 체온측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이라고 하니 안에 있는 사원에게 처음이라고 알려주면 자세히 알려줄거라 하셔서 들어가보니 출근부 작성, 쿠펀치 앱을 통한 전산 출근 등록, 휴대폰(인가된 휴대폰을 제외하고는 작업장 내 반입금지였습니다) 및 개인물품 보관 등을 또다른 사원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날 맡은 일은 진열 업무였는데 난이도 자체가 높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현장의 사원 분들께서 잘 교육해주시기 때문에 특별히 일이 헷갈릴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하루종일 서서 근무해야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체력(특히 다리힘)이 필요하다는 점과 자신의 물류처리량을 UPH(Unit Per Hour의 약어)란 단위를 통해 숫자로 볼 수가 있었기에 너무 여유부리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점은 신경써야했습니다.
업무 내용은 통에 담겨있는 상품들을 진열대에다가 차곡차곡 정리하는 단순 작업의 반복이었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니 군에서 복무할 때 느꼈던 그 오묘한 감정이 되살아나더군요. 뭔가 기계적으로 명령에 따라서 단순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군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결국 군대나 이곳이나 사람 사는 곳이기는 매한가지라는 것일까요? 상품이 담긴 토트라고 부르는 통을 손카트에다가 실어서 진열대로 옮긴 후 그 안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단순한 작업, 마치 하나의 일개미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는 이렇게 밖에 잠시 나와서 바람도 쐴 수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300원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들고 연석에 앉아서 쉬다보면 영락없이 평화로운 오후였습니다.
8시간 남짓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종아리가 아파오긴 했으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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