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야기2021. 10. 8. 16:14

롤링스톤의 추천사에 혹해 바로 VOD로 감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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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속에서 혼자 말을 듣고 대화할 수 있는 루비를 주인공으로 그녀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꽃피우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의 가족, 스승 '미스터 V' 그리고 친구 '거티'와 '마일스'는 때로는 조력자로, 때로는 갈등의 상대로서 루비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게 한다.

 

2 - 루비의 아버지 프랭크 로시

 루비의 아버지는 미국 동부 해안에서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어부로 벌이는 시원찮지만 가족들과 함께 소박한 가정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조부대부터 내려온 어업이라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들 레오 또한 어부가 되고자 한다. 작중 루비가 사는 집은 오래된 2층 목조주택으로 그가 종사하는 수산업이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임과 동시에 현대에 와서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쇠락해버리고만 산업임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루비의 2달러짜리 턴테이블에 신기해하는 마일스

 이러한 수산업의 몰락은 현재의 서비스업의 어려움을 떠올리게 하는듯 하다. 루비가 생선단가 25센트 차이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원인은 결국 미국은 배고픔과는 거리가 먼 사회이기 때문이다. 먹을 음식이 부족한 시절에는 식량을 생산하는 일에 충분한 값이 매겨졌으나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에는 그 값이 후려쳐지고 생산자는 단 몇 센트의 차이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AI에 기반한 알고리즘은 소위 '지식 노동자'들의 영역을 하나 둘씩 그들의 영역으로 가져오고 있고 '전문직' 회계사의 AI 대체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사람들이, 혹은 기업이 더이상 단순 지식 노동자의 생산품에 목마르지 않게 되는 때가 올 것이고(사실 이미 왔는 지도 모른다) 그 때 우리는 착한 어부 프랭크로서 살 것인지 아니면 변화해나갈 것인지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3 - '미스터 V'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

 코다는 주인공 루비만이 아니라 여러 조연들의 감정과 생각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그 맛이 더욱 풍부해지는 듯하다. 루비의 스승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는 89년도 UC 버클리 졸업생으로 과거에 촉망받던 음악가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지금은 지방의 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티스트'적인 헤어스타일, 패션, 안경 등등의 개념의 집합체 '미스터 V'

 이 등장인물이 흥미로웠던 점은 그의 개성적인 스타일때문이다. 첫 등장에서부터 교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화려한 옷차림,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상징적인 안경은 우리가 그의 강한 정체성을 미루어짐작게 한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그의 직설적인 어투나 '명상 시간'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행동들은 이러한 짐작에 확신이 들게끔 만들어주는데 자신이 입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몸짓과 같은 간접적인 이미지가 타인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4

 거의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에밀리아 존스의 노래와 아름다운 영상들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한편, 청각 장애인으로서 산다는 것의 어려움에도 공감하게 만드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가 형편좋은 하나의 동화와 같이 진행된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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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멩이와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