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건축 거장을 뽑으라면 일본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고등학생 때 그의 저서인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읽고 큰 인상을 받았던지라 그의 작품들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에는 안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미요시 주택'을 모델링하고 분석해보았다. 잡지책 읽듯이 사물을 쓱 훑어보는 것과 문학책을 꼼꼼하게 읽듯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나 또한 평소 건축 도록을 쓱 훑어보고 넘기는 안좋은 습관이 있었는데 이번 모델링을 통해 안도의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높이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스미요시 주택은 일본 오사카 주택가에 위치했으며 그 부지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입구를 정면으로 했을 때 세로로 약 14m, 가로로 약 4m 길이를 가진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부지이며 그 양옆으로는 2층 높이의 주택이 바로 면해있어 실질적으로 건물의 3면은 막혀있고 작은 면 하나가 도로를 향해 나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건물은 2인 부부의 주택으로 이용될 계획이었으며 그렇게 많은 공사비를 쓸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포인트를
1. 3면이 막힌 부지에서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빛과 공기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2. 세로로 긴 건물 안에 어떻게 정방형의 공간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form의 생활 공간을 제시할 것인가
3. 60제곱미터에 약간 못 미치는 대지에서 2인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을 양적으로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
로 보았다.
스미요시 주택을 보고난 뒤 이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분석해보도록 하자.
우선 눈에 띄는 점은 건물을 가로로 3등분하여 위아래에는 실내공간, 가운데는 실외의 중정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들에게는 정방형의 실내 공간이 익숙하므로 굳이 다른 모양을 만들기보다는 'ㅡ'자 모양의 한옥을 방-마루-방으로 나누어 사용하듯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3분할하여 구성했다. 다만 이런 구성의 경우 2층에서의 이동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는 실외공간에 계단과 다리를 놓음으로서 해결하였다. 실내 공간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혹은 중정의 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실외공간에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중정을 통해서 채광과 환기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됨을 알 수 있다. 중정을 통해 모든 방에서는 일정량의 빛을 받을 수 있으며 바깥의 공기까지 들여올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방마다 벽에 풍로를 만들어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했으며 천장에 창을 뚫어 방과 현관에 수직으로 빛이 떨어지도록 해 부족한 빛과 공기를 보충했다.
이 주택의 경우 특이하게도 외부 벽체면과 출입문이 동일 평면에 있지 않다. 콘크리트 외벽에 난 구멍을 통과하면 그 양옆에 출입문이 있는 구조이다. 옥상에 난 창을 통해 바로 이 공간에 빛이 떨어지는데 이는 외부와 내부 사이의 중립적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한 건축가의 의도적인 장치라고 생각된다.
내부성: 단을 올라 들어온 콘크리트 벽체 내부, 외부에 비해 어두움, 바닥은 타일로 마감
외부성: 입구가 막혀있지 않아 외부와 같은 공기/공간을 공유함, 바깥보다는 어둡지만 천창을 통해 외부의 빛이 들어옴
이렇듯 내-외부성이 결합된 중립적 공간을 입구에 배치함으로써 건물과 외부과 비연속적으로 분리되기보다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마감은 주변 환경과 단절된 느낌을 주지만 그가 공간구성에 있어서는 연속된 느낌을 주려고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이외에도 2층다리의 profile에 꽤나 기하학적 형태의 도형을 사용하여 수직적인 선만 존재하던 공간을 다소 느슨하게 만들어주었고 전반적인 색이나 질감은 무채색의 어두운, 그리고 rough한 콘크리트와 금속 프레임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2층 다리의 위치와 형태에 조응하여 창문과 문, 1층과 2층 사이의 콘크리트부의 크기와 위치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다리의 높이가 작아지면 콘크리트부도 얇아지며 다리가 좌우로 이동함에 따라 개폐구의 크기가 변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기 때문에 그래스호퍼 코드로 모델 스터디를 해보았는데 이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 게시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스미요시 주택은 안도의 초기 작품으로 화려함은 부족할지라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그의 능력을 잘 보여주었고 이를 넘어 그의 어떠한 철학적(?) 요소도 약간이나마 드러내주었던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얼핏보기에는 성냥갑 같아 보이는 이 건물이 수상을 하고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건축물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하며 다음에는 안도의 다른 주택 작품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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