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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책

찰리 멍거 추천서 18선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읽으며)

by 돌멩이와 쥐 2025. 1. 28.

연휴 기간 동안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마저 다 읽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여러번 읽으면서 체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선 배울 수 있었던 주요한 가르침과 그가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1) 인간적 오판에 대한 체크리스트

찰리는 비유적 표현을 통한 설명을 즐겨합니다. 일례로 그는 '개미의 행동 습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개미의 경우, 행동 알고리즘의 수는 적으며, 거의 전적으로 유전적 기원에 기인합니다. 즉, 경험을 통해 약간의 행동을 학습하기는 해도 대개 유전자에 의해 신경계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합니다. 그래서 소수의 단순한 기제에 따라 10여 개의 자극제에 반응할 뿐이죠."
(중략)
"이 개미의 뇌는 앞에 있는 개미를 따라 가도록 유도하는 단순한 행동 프로그램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 대열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기어가면 죽을 때까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기만 합니다."

곤충들에게는 특정 행동을 하게 만드는 유전적 정보가 존재합니다. 위의 개미의 사례가 그러하며, 꿀벌 등 다양한 종족들이 진화과정에서 입력된 유전적 데이터에 따라 행동합니다. 인간의 경우도 이와 유사합니다. 인간에게는 강단 심리학에서는 다루지는 않지만, 집단적으로 관찰되는 '인간적 오판'이 존재하며 이러한 심리적 경향은 책에서 25개 가량의 체크리스트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과 '형편없는 결과물'들은 인간의 심리적 경향의 한계를 통해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체크리스트화하고, 스스로 그 오류에서 벗어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객관성에 기반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2) 다학문적 접근의 중요성

찰리는 학문간 결합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힌 자연과학계와는 다르게 각자의 학문에만 갇혀 인지적 한계를 보이는 사회과학계에 대한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문제들은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물이며, 하나의 관점으로는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는 흔히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라고 합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과 같은 위대한 학자가 자연과학을 통합적으로 정리하며 발전시켰듯, 로스쿨과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도 다학문성에 기반한 체계적 분석 문화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또한 이는 '비일관성-회피 경향', '노화-악영향'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기성 세대가 아닌 아직 지식이 채워지지 않은 신세대가 이루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의 한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어디 사는 누구냐?"
"탁현 누상촌에 사는 유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탁록정후의 후예겠구나.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노식선생님의 문하에 잠깐 있었습니다만..."
"노자간이? 머릿속에는 귀신들의 말과 고집만 잔뜩 들어있는 그 되다 만 작자가 널 길렀다고?"
늙은이는 아무래도 못 믿겠다는 듯이 그렇게 되물었다...(중략)
"으음, 노자간의 머리에 가득 들어 있던 죽은 사람들의 말과 글이 어느새 너에게도 옮았구나."
그러더니 늙은이는 다시 한번 유비의 얼굴을 구석구석 뜯어보았다...

'상산의 늙은이'라 자신을 칭한 이 자는 유비와 헤어지며 근처의 고목에게서 가르침을 구하라합니다. 고목을 살피던 유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스승 노식의 추천서를 찢고 탁현으로 돌아가 돗자리 장수 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고목 줄기에서 뻗은 가지와 뿌리에서 새로이 돋은 가지의 차이를 비교하며 깨달음을 얻었음일 것입니다.

 

2. 찰리가 책에서 강조한 서적

 

1) 벤저민 프랭클린 관련서

-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벤저민 프랭클린)

-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벤저민 프랭클린)

 

2) 거대한 학문의 거대한 사상

- 현명한 투자자(벤저민 그레이엄)

- 총균쇠(재레드 다이아몬드)

-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 다윈의 맹점(스티븐 마이어)

- 종의 기원(찰스 다윈)

 

3) 그 외

- 머니 사이언스(윌리엄 파운드스톤)

- 꿀벌의 우화(버나드 맨더빌)

- FIASCO: 파생 금융 상품 세일즈맨의 고백(프랭크 파트노이)

- 경제성장의 도덕적 결과(벤저민 프리드먼)

- 인간의 굴레(윌리엄 서머싯 몸)

- 천로역정(존 버니언)

-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 양육 가설(주디스 리치 해리스)

- 개성의 탄생(주디스 리치 해리스)

- 언어 본능(스티븐 핑커)

- 아버지의 메시지(캘빈 트릴린)

- 월스트리트 저널

 

3.

사람들은 흔히 고전을 두고 말하기를, '누구나 그에 대해 말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저 또한, 워렌 버핏과 함께 찰리 멍거가 가진 엄청난 지혜를 평소 자주 얘기했으나 막상 그들의 저서를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직 한번 밖에 읽지 못했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찰리의 통찰력은 읽는 내내 저를 굉장히 놀라게하였고, 그들이 보여준 성공과 지혜를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만이 아니라 찰리가 책에서 다루었던 여러 서적들을 뒤이어 읽는다면, 모두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현명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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