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책2023. 12. 27. 21:52

평소 즐겨보는 블로그에 올라온 추천 글을 보고 읽은 책.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나이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지금의 화려한 모습보다는 사업 초창기의 생존을 건 매 순간순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음직한 기업에는 대개 아이코닉한 창업주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 인물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카리스마적 유형의 인간일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필 나이트가 워렌 버핏, 빌 게이츠와 영화관에서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버핏과 게이츠잖아? 근데 나머지 한명은 누구지?"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필 나이트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머릿속과 다르지 않다. 젊은 시절 세계여행 중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적 방문판매를 하러 돌아다녔으나 별볼일 없이 실패하는 모습,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협상에 대비해 일본행 비행기에서 '일본 사람과 문화'에 관한 책을 열독하는 모습, 블루 리본 시절에는 은행 대출을 계속해서 늘려가기위해 분투하는 삶의 장면들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지면과 함께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다만 그가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부터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축적해온 여러 경험과 지혜들은 그를 지금의 자리에 어울리는 그릇의 인물로 만들어간다. 오리건 남성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과 대학 육상 선수였던 그의 육상을 향한 열정, 그리고 시작한 이상 끊임없이 나아가는 개인적 성정은 사업이라는 항해를 하며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여러 난관들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며 결국 그를 지금의 필 나이트로 만들어낸다.

때문에 책의 초반부인 1960-70년대의 필 나이트와 2000년대의 필 나이트는 사뭇 다르게 그려진다. 후자의 경우 일종의 도를 터득한 선인과 같은(그의 일본에 대한 관심 때문에 그런걸까?) 모습마저 보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이 계속해서 쌓여가는 것은 맞으나 그 축적의 밀도와 양은 그가 지속적으로 견지한 삶의 자세와 방향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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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멩이와 쥐